실제로 지난 12일 한국과학기술법학회가 주최한 ‘PLT 조약에 대한 연구보고 세미나’를 계기로 과거 13년 전에 추진하다 중단된 국제특허법조약(PLT) 가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우선, 반대하는 측은 PLT에 가입하면 외국인이 국내에 특허를 출원할 때 국내 대리인을 선임할 의무가 없어져 국내 업체의 대리 업무 수입이 줄 수밖에 없는 만큼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대 국제 특허 출원 국가인 한국이 PLT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지 않는 만큼 관련 규정을 보완해서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하는 국가를 지정해 특허청에 국제 출원서를 제출하면 바로 그 날을 특허 출원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 PCT)과 달리, 국제 특허법조약(PLT)은 출원서의 양식과 절차, 권리 회복 기간 연장 등 출원과 심사 절차를 국가 간에 통일하거나 단순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원서의 형식도 ▲출원 취지 ▲출원인 신원 ▲외관상 명세서처럼 보이는 부분만 있으면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인정한다. 논문 등으로 간단히 출원할 수 있고, 그 날짜를 출원일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11월, 특허청은 PLT에 가입하면 특허 출원 증가와 특허권자의 권리 확대로 연간 1조 2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추산하고, PLT 가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업계의 반발 등으로 조약 가입이 무산됐다.
특허청은 2009년 11월 작성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PLT 가입 시기 연구’ 보고서에서 ‘PLT 가입은 특허 출원 증가와 특허 등록률 향상, 발명 내용의 조기 공개에 따른 중복 R&D 방지, 특허권자의 권리 구제 확대, 규제 개혁, 국제 위상 제고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국제 협상에서 주도록 역할을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3년이 지난 11월 12일 대한 변리사회 회관 강당에서는 특허청의 의뢰를 받아 한국과학기술법학회가 실시한 ‘PLT 조약에 대한 연구보고 세미나’가 개최됐다. 13년 전 추진하다 중단된 PLT 가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법학회 신혜은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PLT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글로벌 지식재산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법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축사에서 “급변하는 과학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특허의 효력 범위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특허의 특성 상 다양한 국가에 효력이 미치기 위해서는 국가 별로 상이한 절차와 법 제도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연구 성과가 특허를 통해 빛을 발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변리사회는 이날 제출한 서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PCT 조약에 가입해 있으면서도 우선권 기초 출원에는 포함돼 있지만 국제 출원에 누락된 부분에 대해 출원일에 영향을 주지 않고 추가할 수 있는 조항의 시행이 유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2023년 기준 PCT 국제 특허 출원 건수는 ▲중.국 69,610건 ▲미국 55,678건 ▲일본 48,879건 ▲ 대한민국 22,288건 등으로 재외자의 PCT출원이 압도적으로 많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라며 “PLT는 물론 한국이 이미 가입한 PCT 관련 제도 개선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를 한 강명수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PLT에 가입하면 전 세계 어느 나라 언어로도 특허를 출원할 수 있어 언어 장벽이 사라진다. 언어와 형식에 관계없이 연구 논문만 내도 출원 일이 인정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대부분 가입했고, 중.국도 가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도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박수영 청년 변리사회 위원장은 “출원인들이 우선권 주장 출원에 대한 우선권 회복 기간을 2개월 더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한다. 해외에서는 되는 데 한국이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허 출원 규정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성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PLT 가입국이 아니지만 PCT 국제 출원 건수가 5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지식재산 강국으로 성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국제 규범과 국내 규정의 조화를 위해 관련 법규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고 있다. 전자 출원을 허용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우선권 회복 기한 만료 이후 2개월 안에 회복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출원일을 명확하게 하고, 출원 서류 요건을 간소화하며 출원 후 18개월 이내에도 특허의 조기 공개 요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출원 절차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제고하고 있다”라며 한국도 관련 규정의 선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IP 시장에 밝은 ARI 특허법률사무소 권태복 변리사는 “PLT에 가입해 외국인이 외국어로 직접 국내 특허를 출원할 수 있게 되면 국내 변리 업계의 특허 출원 대리 업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외국어로 된 특허 명세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줄 때 받는 번역료가 날아가고, 중.국이나 인도 등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국내에 특허를 홍수 출원할 경우 특허청의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 2016년 11월 PLT에 정식 가입한 일본은 전자 출원 시 일본인이나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등록증을 소유한 사람만이 가능한 전자인증서를 의무화 해 사실상 해외에서 직접 출원이 불가능하도록 했다”라며 PLT 가입에 앞서 관련 부작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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