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단순하게 설명될 것을 복잡하게석하려는 시도이다."(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가까운 80대 남성이 대장 용종이 있다는 종합검진 결과에 깜짝 놀라 정밀 검진에 들어갔다.
암을 유발하는 용종은 아니기에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 생활이 달라졌다. 함께 병원을 찾는 아내가 의사와 따로 얘기라도 하면 뭔지 끝까지 따져 물었다.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의사와 가족이 숨긴다며 집요하게 추궁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가족들이 사후를 정리하는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고 믿는다.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도 음모론에 가깝다. 여우가 먹음직스런 포도를 발견했지만 아무래도 손이 닿지 않았다.
“저 포도는 분명 시어. 누가 이걸 먹어!”라며 가버렸다. 포도가 시다고 생각을 바꿔 분한 마음을 삭인다. 인지부조화의 전형이다. 확장하면 독이 들었을 것이라는 음모론으로까지 발전한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가지 않고 세트 촬영한 사진이란 것도 음모론이다. 9·11테러 미국 정부 자작극, 코로나 바이러스 유포설, 세계를 가상 세력이 조종한다는 프리메이슨 음모론(Masonic conspiracy)도 있다.
왜 대중들은 음모론에 빠질까. 음모론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발생할 때 특정 집단이나 사람을 유혹하는 단방약이다. “바로 저것 때문이야”라는 심플한 논리로 단박에 정리한다.
미국 에모리대 심리학자들이 15만8000명을 대상으로 미국, 영국, 폴란드에서 실시한 과거 170건 연구를 토대로 음모론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음모론은 세 가지(인식적, 실존적, 사회적) 동기에다 개인 특성이 맞물려 확산된다. 우선 위협적 사태가 발생하면 맥락을 파악하려는 욕구(인식적 동기)가 개인에게 발동한다.
이어 심리적 안정을 취하려는 욕구(실존적 동기)가 따른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이나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에 전파하려는 욕구(사회적 동기)가 작동한다.
① 인식단계에서 음모론자는 분석적 사고 대신 직관적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반대 증거를 제시하면 그 또한 조작됐다며 음모론을 무한 증폭시킨다.
때리지 않았다고 말하면 안 때렸다는 증거를 대라는 식이다. 참이 아닌 명제를 증명하려면 어긋난 예 하나만 찾으면 되는데 이들에겐 모든 사례를 동원해야 한다. 1+1=2도 증명을 요구한다. 믿지 않기에 백약이 무효다.
② 음모론자들은 실존적으로 세상 자체를 위험하고 냉소적으로 본다. 세상에 대한 자기 효능감과 환경 개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③ 마지막으로 사회적 동기이다. 음모론에 기운 사람은 동료 집단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는 대신 다른 집단을 부도덕하다고 혐오하며 집단 우월감을 가진다. 이 때 음모론은 집단을 단단히 묶는 고리이다.
에모리대 연구진은 음모론자 개인 성향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권위에 순종적이고 권위자 이름으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 취약한 자아와 자존감 때문에 이웃을 위협적으로 인식한다.
역설적으로 낮은 자존감이 지나친 자기애(나르시시즘)로 이어져 음모론자로 진화한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너희들은 모르지? 나는 비밀을 알아!”라는 과시욕구이다.
연구진은 음모론자에게서 더러 강한 편집증이 나타난다는 점도 주목한다. 명확한 근거 없이 적의를 품고 그럴 듯한 스토리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도출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음모론자들이 모두 단선적이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거나 무지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도 유의한다. 버거운 세상에서 박탈된 동기와 욕구를 채우려고 사람들이 음모론에 의지한다.
멀쩡한 사람도 한 가지 이상 음모론을 믿는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음모론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세상이 통제 가능한 질서 속에 있다고 믿게 한다.
하지만 처음엔 생각이나 이해관계가 비슷한 사람을 끌어 모으지만 음모론은 본질적으로 입증 불가능해 불안만 자극할 뿐이다. 아예 없앨 수는 없고 법과 상식이 제대로 작동해 틈을 내주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다.
http://kpaanews.or.kr/news/view.html?section=91&category=116&item=&no=6466target="_bl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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