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구 특허법(2019. 1. 8. 법률 제16208호로 개정된 것, 이하 ‘구 특허법’) 제128조 제8항, 제9항을 통하여 고의의 특허침해에 대하여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증액손해배상제도를 최초로 도입하면서, 그 부칙(이하 ‘부칙’) 제3조에서 위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정하였다.
위 부칙 제3조에 따르면 그 시행일인 2019. 7. 9. 이전에 침해행위가 시작되어 종료된 경우 증액배상이 부정되는 반면, 침해행위가 시행일 이후에 시작되어 종료된 경우에는 긍정됨은 명백하다. 그러나 고의의 특허침해행위가 구 특허법 시행일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그 시행일 ‘이후’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증액배상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부칙 제3조의 해석이 문제되어 왔다.
특허법원 2024. 10. 31. 선고 2023나11276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부칙 제3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고의의 특허침해행위에 대한 증액배상을 최초로 긍정하였다. 이하에서는 ① 부칙 제3조의 해석론을 중심으로, ② 고의적인 특허침해행위의 의미 및 판단, ③ 증액배상액 판단시의 고려 요소 등의 관점에서 대상판결을 검토한다.
증액배상 규정 시행 이후의 침해행위에 대한 증액배상 인정 여부
가. 부칙 제3조에 대한 해석론 및 실무의 태도
첫째, 부칙 제3조를 증액배상 시행일인 2019. 7. 9. 이후에 최초 침해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만 위 증액배상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즉 2019. 7. 9. 이전에 침해행위가 있었던 경우라면 위 시행일 이후에 침해행위가 계속되는 경우에도 증액배상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다(이하 ‘제1 방법’).
둘째, 부칙 제3조를 증액배상 규정의 시행 이전과 이후에 걸쳐서 침해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시행 이전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증액배상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나 시행 이후 최초로 발생한 침해행위부터는 증액배상 규정이 적용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방법이다(이하 ‘제2 방법’).
이에 대한 대법원판결은 현재까지 없는 가운데, 실무는 대상판결 이전까지 대체로 부칙 제3조를 ‘제1 방법’으로 해석하여 증액배상을 부정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판결의 검토
1)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제2 방법’에 따라 부칙 제3조를 해석하여 시행 이후의 고의침해행위에 대한 증액배상을 긍정하였다.
① 포괄일죄에서 애초에 죄가 되지 않던 행위를 구성요건의 신설로 포괄일죄의 처벌대상으로 삼는 경우 시행 이후의 행위에 대하여는 처벌할 수 있다. ② 증액배상 규정 시행 이후 최초로 침해행위를 시작한 자에 대하여는 증액배상을 긍정하면서, 그보다 위법성이 중한 시행 전부터 침해행위를 계속하여 온 자에 대하여 증액배상을 면제한다는 것은 규정의 도입취지 및 법익균형에 맞지 않는다. ③ 부칙 제3조는 증액배상 규정이 적용되기 위한 침해행위의 성격(최초 침해행위일 것)을 한정하는 규정이 아니라, 증액배상 규정이 적용되는 침해행위의 범위(시행 이후 최초로 발생한 침해행위부터 적용)를 한정하는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살피건대, ‘최초로’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부칙 제3조의 문언의 내용과 의미 등을 고려해 보면 ‘제1 방법’에 따라 부칙 제3조를 해석한 기존의 실무의 태도가 일면 수긍이 가지만,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2 방법’에 따라 그 시행 이후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증액배상을 긍정한 대상판결 역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① 특허법에서 침해가 일정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경우 나날이 새롭게 침해행위가 있다고 보는 것이 국내외의 확립된 법리이다. 그런데 ‘제1 방법’에 따를 경우 결과적으로 구 특허법 시행일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침해행위를 하나의 포괄적, 일련의 행위로 평가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② 증액배상제도의 시행 이전에 이미 고의 침해행위를 하고 있던 침해자에게는 법률로 보호할 만한 신뢰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③ 처분권주의 및 변론주의에 따라 특허권자는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증액배상제도 시행 이후 기간의 침해행위만을 특정하여 증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때 ‘제1 방법’에 따라 부칙 제3조를 해석할 경우 이론적으로 피고가 스스로 제도 시행 전에 침해행위가 있었음을 주장·증명함으로써 증액배상의 적용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원고가 문제 삼고 있지도 않는 침해행위를 피고 스스로 자인함으로써 증액배상을 면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침해를 당한 원고에게 있다는 일반 법리에도 반할 소지가 있다. ④ 무엇보다 특허침해를 당한 특허권자를 충분히 구제하는 한편, 침해자에 대한 제재적 기능 및 장래 침해에 대한 억제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도모하고자 하는 증액배상제도의 도입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에서 개정을 통해 증액배상 규정을 최초로 도입하거나 개정 특허법(2024. 2. 20. 법률 제20322호로 개정된 것)에서 5배 증액배상을 도입하면서, 그 각 부칙에서는 ‘최초로’라는 부분을 삭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고의적 특허 침해행위 의미·고의의 인식대상
구 특허법 제128조 제8항은, 법원은 타인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2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고 함은 침해자가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 침해라는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침해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고, 여기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라고 설시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무효가능성에 관한 변리사의 의견서를 토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이 무효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었으므로 특허침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의견서의 내용 및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위 의견서만으로는 피고에게 특허침해의 고의가 있다는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만일 고의의 인식대상에 특허의 유효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경우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가 없어 배척될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위 주장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배척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고의의 인식대상에 특허의 유효성이 포함된다고 전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고의 침해에 따른 손해액 산정시의 고려요소
특허법 제128조 제9항 각 호에서는 증액배상액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하는 8가지 요소를 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거래관계의 측면 및 경제적 측면에서 원고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었던 점(제1호), 피고가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침해행위를 한 점(제2호), 피고가 얻은 경제적 이익이 적지 않은 점(제4호), 이 사건 침해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 횟수도 많은 점(제5호), 피고의 재산상태(제7호) 및 피고가 피해구제를 위하여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제8호) 등을 이유로 증액배상의 정도를 2배로 정하였다.
특히 대상판결은 증액배상을 정하는 고려요소들은 반드시 해당 침해행위 기간 동안에 발생한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침해 전후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을 뿐만 아니라, 증액배상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 피고에게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판시함으로써, 제128조 제8항의 ‘고의’는 증액배상의 요건으로, 제128조 제9항 제2호의 ‘고의’는 증액의 범위를 결정하는 요소로 명확히 구분하였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5. 마치며
대상판결은 부칙 제3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특허침해행위가 구 특허법 시행일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그 시행일 이후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증액배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선언한 다음, 이 사건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서 2배의 증액배상이 타당하다고 최초로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5배까지의 증액배상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특허법 부칙에서는 ‘최초로’라는 부분이 삭제되어 있으나, 여전히 구 특허법 부칙과 관련된 사건의 선고가 다수 예정되어 있는 바 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https://www.lawtimes.co.kr/news/207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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