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제 특허출원 규모는 세계 4위,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글로벌혁신정책센터(GIPC)가 발표한 2025년 국제지식재산지수는 세계 10위를 나타냈지만, 지식재산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지식재산의 질적 수준은 아직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무형자산 비중은 90%로 지식재산으로 대표되는 무형자산의 가치는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AI(인공지능)와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 국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하고,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치해 모든 부처의 지식재산 관련 정책을 통합 조정하도록 했지만, 지식재산위원회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명목 기관으로 전락했고, 지식재산기본법은 그 존재조차 잊힌 ‘장롱 속 기본법’이 됐다.
지식재산전문가들은 다음달 취임할 대한민국의 21대 대통령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통령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직접 지식재산 정책을 총괄 지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특허와 상표, 디자인 등 산업재산권을 관할하는 특허청과 저작권 주무부서인 문화부의 지식재산 관련 조직을 융합해 ‘지식재산처’로 격상하고, 특허심판원의 기능을 분리 강화해 실질적인 지식재산 분야 1심 법원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AI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지식재산 관점에서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식재산 담당 기관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장은 “현재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형식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지만 주무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돼 있다. 대통령은 물론 총리도 챙기지 않는 힘 없는 기관이 됐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시절 총리가 지식재산본부장 역할을 하면서 지식재산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항상 됐다”면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지식재산을 직접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기 전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지식재산(IP) 비서관을 두고 지식재산을 직접 챙겨야 한다. 관련 정부 부처는 특허청과 문화부의 저작권 관련 기구를 통합해 ‘지식재산처’로 바꾸면 최선이다. 지식재산청은 새 정부의 상징성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업무를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지식재산 전략기획단은 최소한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격상해 총리가 챙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심판원, 독립성 강화해 1심 재판부 역할 해야”
특허청 소속으로 특허 무효, 권리범위 확인, 등록 거절 심판 등에서 1심 재판부 역할을 하는 특허심판원을 분리 독립해 기능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장은 “특허 심판은 엄연히 특허 심사와 다르고, 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하므로 특허에 대한 지식은 물론 심판과 소송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심사와 심판 당당자의 보직 이동이 잦으면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고, 잦은 심판관 교체로 심판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사건 당자사들의 불편이 크다”면서 “특허청의 특허나 상표 등록 심사관이 심판원의 심판관이 되어 심판을 하다 또 다시 심사관으로 돌아가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특허업계에 종사해온 한 변리사는 “한국의 특허청은 정책과 심사, 심판을 함께 한다. 정책을 하던 사람이 심사관으로 가고, 심사를 하던 사람이 경력관리를 위해 심판장으로 가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아무도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신뢰하지 않는다. 법원에 가면 모든 증거를 다시 제출하고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서 “3심제 하에서 특허심판원은 1심을 담당하는 준 사법적 기관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지식재산과 관련한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검찰과 법원 등 관련기관에서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특허판사(Administrative Patent Judge)가 심판을 관장하는 미국의 특허심판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허심판원이 특허나 상표 등 산업재산권은 물론 저작권과 품종 관련 심판 업무 같은 모든 지식재산 관련 심판 업무를 통합해 1심 재판 업무를 담당하도록 확대 개편하면, 심판의 일관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허청의 정책 기능과 집행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허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특허청은 정책과 심사 기능이 얽혀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을 하던 사람이 심사관이 되면 해당 분야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전문성을 제고하고 신속한 심사를 하기 위해서라도 지식재산 정책과 집행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식재산업계 관계자들은 “첨단 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지금,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지금까지는 정부 주도로 특허를 더 많이 창출하는데 자원을 집중해 양적 성장을 하는데 성공했다. 앞으로는 민간 주도로 시장을 형성하고 특허권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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