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과 공정사회 건설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판에서 필요한 증거 제출을 의무화하는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2024년 시무식에서 “증거의 구조적 불균형이 불공정한 재판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증거수집 제도를 개선해 반칙과 거짓이 용납되지 않는 법정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혀, 이제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은 그 시기와 방식만 남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특허 침해 소송에서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할 경우, 영업비밀 유출과 무분별한 특허 소송의 증가로 경영 위험이 증가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허청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 즉 ‘을(乙)’의 권익 보호와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민주당 당내 기구 ‘을지로위원회’는 오는 9일 오후 회의를 열고, 생생과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논의돼 온 증거보전 신청 시기와 전문가 사실 조사, 증인 신문 방법 관련 내용을 종합한 한국형 증거수집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허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 6개 법안을 통합해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와 상표 등 지식재산 관련 기업단체인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는 7일 “한국형증거수집제도(K-Discovery)가 도입될 경우, 영업비밀 유출과 무분별한 특허 소송 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지식재산협회는 최근 회원사 가운데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8%가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산업별로는 전기전자 분야 기업의 92%, 화학생명 분야 기업의 78%가 반대했으며, 연간 500건 이상 특허를 출원하는 기업의 88%가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반대해 “특허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 제도를 위험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식재산협회는 무엇보다 “한국에는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 의무(Attorney-Client Priviledge)에 대한 법제화가 미비해 영업비밀 보호가 어렵다”면서 “해외 특허괴물(NPE)이 국내 소송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타국 소송에서 활용할 경우,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영업비밀 탈취의 수단으로 증거수집제도가 활용될 경우 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 분야에서 정보 유출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선진기업이 특허와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에서 국내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자본력이 풍부한 중 국기업이나 NPE가 국내 특허를 대량으로 매입해 경쟁사인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전문가 현장 조사 과정에서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부품소재와 제약 및 바이오 분야는 공급망과 거래선 등이 노출돼 사업의 존폐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또 “증거수집제도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 방지를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중소기업은 복잡한 제도를 활용할 역량이 부족하고, 소송 비용 부담이 증가해 특허 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 인만큼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지식재산협회는 여러 부작용 우려를 감안해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은 상생협력법에 반영해 국내 기업간 분쟁에 한정 적용하고,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뒤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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