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특허권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제약사가 한 의약품에 여러 특허를 각각 연장하며 사실상 시장 독점 기간을 늘려온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 지난달 22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특허법은 허가일 이후 최대 14년까지만 특허 효력을 인정하고, 하나의 품목허가에 하나의 특허만 연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원래 임상시험과 허가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보전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했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그중 상당 기간은 규제기관의 검토에 사용한다. 이를 감안해 실제 판매 가능한 기간이 너무 짧아지지 않도록 특허 존속기간을 일부 연장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일부 기업의 전략적 활용 수단이 됐다는 점이다. 한 품목에 복수의 특허를 등록하고, 그 중 여러 건에 각각 연장 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경우 연장 가능한 특허 수에 제한이 없었고, 총 연장 기간에 상한도 없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복수 특허로 방어막을 구축하기에 유리한 구조였다.
그러나 개정된 특허법은 이 같은 관행에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나의 품목허가에 연장할 수 있는 특허는 1개로 제한되고, 연장된 특허의 총 유효기간도 품목허가일로부터 최대 14년까지만 인정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KPBMA FOCUS 제31호'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 적용으로 해당 기간은 14년 이내로 자동 조정된다. 제네릭(복제약)의 시장 진입 시점이 앞당겨지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21년까지 허가등에 따라 특허 연장을 신청한 총 839건 중 91.5%는 외국계 제약사의 신청이었으며, 유효 존속기간이 14년을 초과한 사례도 전체의 약 18%에 달한다. 특히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등재된 의약품 성분 중 절반가량(49.6%)은 2건 이상의 특허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제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은 미국(14년), EU(15년), 중 국(15년) 등 주요국의 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정비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일본은 여전히 연장 특허 수에 제한이 없고, 전체 연장 기간에 상한도 없는 상태다.
법 개정에 따라 특허전략도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에는 다양한 특허를 제출해 그중 일부라도 연장을 승인받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장 핵심적인 특허 하나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특허권자는 허가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연장 신청을 해야 하고, 그 특허가 허가일 이후 14년의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연장기간 산정방식과 신청 기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행 제도는 서류 보완 요청 등으로 허가심사가 중단된 기간을 연장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이 기간까지 포함해 연장 기간을 계산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연장 신청 기한이 상대적으로 엄격해, 허가일 통지 지연에 따른 불이익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정이 '시간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한 조치로 보고 있다. 제약사가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약을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유인과 제네릭 접근성 간 균형을 다시 조정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특허는 약효보다는 시간과 전략의 싸움으로 흐른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질 높은 특허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허를 통해 확보한 시간은 곧 시장 점유율과 직결된다"고 전한 뒤 "얼마나 오래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설계하느냐가 향후 제약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매경헬스(
http://www.mkhealth.co.kr)
세상도 계속 바뀌고 잘 적응하자
의약하고 AI 가 양대산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