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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공부] [ET단상]공정사회와 변호사 업무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이다.” 미국 연방헌법 채택 이후 233년이라는 벽을 허물고 미국 최초로 여성 연방대법관이 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감격에 젖은 채 눈물을 닦아내며 인용한 미국 흑인여성 시인 마야 앤절로의 시구(詩句)다.

변호사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회지도자 계층이다. 변호사법 제1조에서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변호사 사명이라고 선언한 지 무려 115년여 동안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 기여한 공로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 변호사가 처리하던 업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더욱 전문적으로 다양하게 분화·발전했다. 마찬가지로 전문 자격사제도도 괄목할 정도로 발전했다. 전문자격사는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해 말 각 자격사 개업자 수는 세무사 1만4057명, 법무사 7128명, 변리사 4235명, 공인중개사 11만8049명, 공인노무사 3108명이었다. 개업변호사는 2만6408명이다.

오늘날 각 전문자격사는 국민 수요에 부응, 날로 그 전문성을 발전시켜 가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는 세무사 등 자격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거나 자동으로 자격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변호사 자격만으로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한다.

최근 법무법인이 변리사법에 명시된 변리사 고유 업무인 상표출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있었다. 과연 무엇이 '사회정의'이고 누가 '공정사회의 전문직업인'인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

필자는 1969년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특허국에서 1년 동안 실무 수습을 받았다. 실무 전형시험을 보는데 당시 시험 문제는 주전자에서 물이 나오는 구멍 부분을 특허 청구 범위로 한 명세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유체역학을 공부하지 않고 법학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제대로 된 명세서를 쓸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시험 동기인 다른 법학 전공자와 함께 불합격, 2명의 변리사 합격자 모두 1년을 재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필자는 과도기 때 변리사자격을 취득하였으나 공학 지식이 없어서 지금까지 절름발이 변리사로 일해 오는 동안 그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변호사가 엄청나게 증가해서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해도 예전처럼 사무소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단지 변호사 권익 때문에 본인도 전혀 모르는 기술 분야의 특허출원 업무마저 수행하는 것은 사건 의뢰인 권익은 물론 사회정의와 공정사회 구현에 역행된다. 변호사법에 명시된 변호사의 사명마저 저버리는 결과가 됐다.

유사한 다른 자격사 업무 또한 마찬가지이다. 변호사 만능주의만을 유지한다면 다른 전문자격사제도를 존치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러한 자격사 제도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돼 마침내 전문자격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명백해지게 된다. 이는 헌법 제22조 제2항에 명시된 '발명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는 취지에도 위배된다.

변호사가 이 시대 사회정의를 구현하면서 진정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회지도자로 남으려면 변호사 본연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자격사 업무는 전문자격사에게 맡겨야 한다. 특히 변호사 본인도 모르는 기술 분야의 특허출원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면 안 된다. 말로만 공정사회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진실로 공정사회를 구현하려는 변호사의 의지가 있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https://www.etnews.com/202205160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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