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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공부] 변리사가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실용신안의 현실

[비즈한국]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다. 제 5화에서는 돈을 보관하는 카세트 제품을 둘러싸고 이화 ATM과 금강 ATM이라는 두 라이벌 회사 사이에서 벌어진 가처분 소송이 그려졌다.


이화 ATM은 2020년 10월 실용신안을 출원하였고, 이러한 실용신안 출원을 근거로 금강 ATM에게 판매 금지 가처분을 소송을 제기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다. 현실은 어떨까?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로 대변되는 산업재산권은 출원 만으로 권리가 발생하지 않고 반드시 특허청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등록결정을 받고 등록료를 납부해야 권리가 발생한다.

 
가처분 신청은 실용신안권 등이 침해된 경우 ‘실용신안권’ 침해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침해의 예방이나 침해 금지의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가처분은 본안소송에 비해 신속하게 이루어지나 본안 소송에서 명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부작위의무를 침해자에게 부과하게 되므로 만족적인 가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이러한 권리는 실용신안권이 발생된 이후 존재하는 실용신안권을 근거로 청구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등록되지 않은 출원 상태 실용신안을 가지고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면 가처분이 인용될 수 없다.
 

실용신안의 침해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실용신안이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해 등록돼야 한다. 등록된 실용신안의 청구 항에 기재된 권리범위와 침해로 의심되는 제품을 서로 비교하여 청구항의 권리범위 내에 제품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침해 여부가 결정된다. 출원 후 심사단계에 있는 실용신안의 경우 거절될 수 있어 실용신안권이 발생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청구항에 기재된 언어로 결정되는 그 권리범위 또한 심사단계에서 변경되어 등록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이유로 침해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가처분 신청을 등록 전 심사단계에 있는 실용신안을 근거로 신청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또한 가처분 소송에서 출원된 실용신안 기술이 이화 ATM이 자체 개발한 기술인지 아니면 미국 시카고 국제 엔지니어링 페어에서 공개된 도면을 기초로 변형한 기술인지가 가처분의 주요 쟁점이었지만, 현실과 좀 다른 이야기다. 가처분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실용신안의 등록이나 등록가능성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화 ATM의 실용신안의 등록가능성을 판단할 때 이화 ATM 측이 미국에서 공개된 도면을 알았는지 여부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 국제 엔지니어링 페어에 이화 ATM 측이 참석했는지 여부, 그리고 공개된 도면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심사관이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은 심사관이 심사 시 참조할 수 있는 사항에 불과할 뿐, 실용신안의 등록여부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미국 시카고 국제 엔지니어링 페어는 2019년 4월에 열렸고, 이화 ATM은 2020년 10월에 보안장치가 구비된 카세트를 실용신안 출원을 하였다. 특허청의 심사는 2019년 4월에 미국에서 공개된 도면과 2020년 10월에 출원한 이화 ATM의 실용신안 간의 동일성이나 동일하지 않더라도 공개된 도면으로부터 이화 ATM의 실용신안 출원을 극히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지 만을 판단하게 된다. 동일하다면 신규성으로 거절하고, 동일하지 않지만 극히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다면 진보성으로 거절하는 것이다.
 

변호사 우영우의 변론에 따르면, 시카고 국제 엔지니어링 페어에 공개된 카세트에 대한 도면과 이화 ATM의 도면은 차이가 있다. 이화 ATM의 지폐무게측정장치가 미국 회사의 것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었고, 이러한 구성의 차이는 한국의 지폐가 단위마다 크기 및 무게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선 미국에서 공개된 도면과 이화 ATM의 실용신안은 차이가 있어 이화 ATM의 실용신안은 신규성으로 거절되지 않는다(실용신안법 제4조). 또한 지폐무게측정장치 구성의 차이가 분명하고 이로 인한 효과의 차이도 존재하므로 진보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용신안의 진보성 판단은 특허의 진보성 판단과 다르다. 최근 실용신안의 진보성에 대한 특허법원 판례(특허법원2019.4.18. 선고2018허6771 판결)에 따르면, 실용신안은 특허의 대상이 되는 발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종래기술에 비해 개선된 이른바 ‘소발명’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통상의 기술자에게 매우 쉬운 정도를 넘어선다면 이에 대한 진보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이러한 소발명을 보호하려는 실용신안제도를 고려해보면 미국에서 공개된 카세트를 한국의 다양한 화폐에 맞추어 개선된 지폐 무게 측정 센서라면 충분히 실용신안으로서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이화 ATM의 카세트는 미국에서 유사한 도면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화 ATM의 카세트와 동일한 카세트를 2019년 10월에 제작하여 판매한 리더스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리더스라는 회사는 이화 ATM보다 먼저 보안장치가 구비된 카세트를 개발하였지만, 수표인식 오류로 제품을 전량 회수 처리하면서 회사가 도산하게 된다. 리더스는 이에 대한 실용신안 출원을 하지 않았다.

 
만약, 리더스가 개선된 카세트를 완성했을 당시 제품 출시와 별도로 실용신안 출원을 했다면 어땠을까? 리더스가 시카고 국제 엔지니어링 페어에서 공개된 카세트에 대한 내용을 기초로 카세트를 완성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 공개된 기술로부터 개선된 점이 있다면 이에 대한 실용신안 권리를 먼저 신청하고, 등록을 받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리더스가 개선된 카세트에 대한 실용신안 권리를 보유하게 되었다면, 이를 따라하는 이화 ATM과 금강 ATM 회사의 카세트 제작 판매를 막거나 또는 이화 ATM이나 금강 ATM에 라이선스를 주고 로열티를 받으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리더스가 실용신안 권리를 신청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실수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24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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