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범 예정인 유럽의 '특허 공동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기업들의 소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변리사가 단독으로 특허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변리사들이 단독으로 소송대리를 맡기 어려웠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전반에서 변리사 단독 특허 소송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식재산과 기술 분야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들이 특허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이뤄진 두 차례의 개혁을 통해 변리사의 단독 소송 범위를 점차 넓혀 1심 소송뿐 아니라 항소법원·대법원까지 변리사가 단독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특허 소송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가까이 허용되고 있지 않다. 한국은 2006년 국회에서 공동소송대리제 도입을 담은 '변리사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후 법조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폐기됐다. 매일경제는 지식재산 보호 분야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을 찾아가 특허제도 개혁 과정과 변리사 소송대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원고 특허 청구항 1이 피고의 실시기술에 미치지 않아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과 관련해 원고대리인 미스터 존스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식재산기업법원(IPEC)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 현장. 기계장치 특허의 침해 여부를 놓고 두 기업이 법적 공방을 벌였다. 현대식 건물 내 강의실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법정에서 펼쳐지는 재판은 판사가 법복을 입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토의 현장같이 보인다.
이곳에서 기업을 대변해 피고의 기술이 어떻게 원고의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원고 측 대리인은 변호사가 아니다. 그는 소송 대상인 원고 특허의 명세서를 직접 작성했던 변리사다. 변리사는 명세서에 기재된 구체적인 실시례와 당업자의 기술 수준을 제시하며 설득력 있게 변론을 이어갔다. 변리사가 소송대리인 자격을 얻지 못해 기술적인 부분의 변론이 필요할 때 방청석에 앉은 채 쪽지를 써 변호사에게 건네줘야만 하는 한국의 특허 소송 현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국의 특허 소송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영국도 1990년 이전에는 서면을 작성하는 사무변호사, 실제 변론을 하는 변호사와 특허변리사의 업무를 엄격하게 구분했다. 당시 변리사는 사무변호사와의 협업을 통해서만 특허 소송에 관여했다.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을 모두 선임해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과도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1심에 드는 소송비용이 적게는 20만파운드(약 3억원)에서 많게는 150만파운드(약 23억원)에 달했다. 앨러스데어 푸어 영국 변리사회 회장은 "복잡한 영국의 특허 소송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독일로 가서 소송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 리처드 헤이컨 IPEC 재판장 겸 수석판사는 "개혁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정의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의 개혁이 기업의 혁신에 기여한 셈"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1988년 지식재산권법을 개정하고 특허지방법원(PCC)을 신설하면서 처음으로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허용했다. 반응이 긍정적이자 2013년에는 특허지방법원 이름을 '지식재산기업법원'으로 바꾸고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대폭 확대했다. 소송가액과 소송비용을 각각 5만파운드(약 7800만원)와 50만파운드(약 7억8000만원), 변론기일을 2일로 제한해 쉽고 빠르면서도 경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영국 특허 소송 개혁의 핵심은 기업 중심, 즉 기술을 보호받아야 하는 '소비자' 중심이라는 점이다. 여러 전문가를 선임할 필요가 없어지자 비용이 크게 절감됐고 기일을 제한해 신속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게 돼 기업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IPEC 도입 후 전체 특허 소송 중 중소기업 특허 소송의 비중은 2010년 28%에서 지난해 46%로 크게 늘어났다.
https://www.mk.co.kr/news/it/view/2022/09/786932/
전세계적인 추세네요 바람직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