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지식재산기업법원(IPEC)을 출범하면서 변리사 소송대리권을 확대했을 때 법조계에서 큰 반발이 있었다. 지금은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는 점에 다들 동의한다.”
최근 경제신문 매일경제에 보도된 콜린 버스 영국 고등법원 수석부장 판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영국은 두 차례(1990년, 2013년)의 특허소송 개혁을 통해 변리사의 단독 소송대리 범위를 넓혀 왔다.
1심 소송뿐만 아니라 항소심·상고심까지 변리사 단독으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대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특허 등 지식재산권 소송 관련 1심 소요비용이 75만 파운드(약 12억원)에서 최대 5만 파운드(약 7800만원)로 줄었다.
대한변리사회는 한국의 경우 1심 비용은 1억~1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힌다. 1심 소송기간도 영국은 개혁 이전 17개월에서 1년 미만으로 줄었고 한국은 아직 20개월 정도에 머문다.
내년에 출범할 예정인 유럽통합특허법원(UPC)도 기업들의 소송부담을 덜기 위해 변리사 단독으로 특허소송을 대리하도록 한다. 변리사 단독 소송대리가 어려웠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전반에 확산될 전망이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에 따르면 일본도 2002년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허용한 이후 소송심리기간이 약 10개월 줄었다. 변호사업계의 특별한 반발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한국의 특허법원에선 종종 특이한 재판광경이 펼쳐진다. 동일한 지식재산권 분쟁을 놓고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이 같은 날 열릴 때다.
민사로 진행되는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되면 피고는 해당 특허를 내준 특허청의 결정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는 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한다. 이는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이다.
특허침해소송 항소심과 무효심판청구에 따른 심결취소 등에 관한 소송은 모두 특허법원 관할이다. 같은 쟁점을 놓고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이 특허법원의 같은 재판정에서 연이어 열린다.
놀라운 점은 두 재판의 대리인 참가자격이 다르다는 것. 특허무효 심결 취소소송이 진행되면 변리사와 변호사가 함께 대리인으로 참석한다.
곧바로 열리는 특허침해소송 항소심에선 변리사는 빠지고 변호사만 참석한다. 변리사는 재판정 뒤에서 변호사에게 쪽지를 건네며 조력자 역할을 한다.
변리사법(2조·8조)에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변리사의 대리인 자격이 명기돼 있음에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의 생성 소멸에 관한 행정소송에만 변리사를 대리인으로 인정하고 특허침해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선 허용하지 않는다.
특허의 원천인 핵심기술의 내용과 범위를 파악해 특허로 만드는 전문가인 변리사를 제쳐두고 변호사가 특허침해 소송을 대리한다. 변호사가 특허침해 내용과 범위를 잘 알지 못해 진땀을 흘린다.
방청석에 앉은 변리사가 변호사에게 쪽지를 전달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21세기 우리나라 법정에 엄연히 존재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반도체 배터리 생명공학 나노기술 같은 첨단기술 특허분쟁을 변호사가 제대로 대리하기엔 무리다. 이래서 특허침해소송으로 변호사와 변리사 사무실 2곳을 찾느라 중소·벤처기업와 스타트업의 고충이 너무나 크다. 비용과 시간 문제로 아예 소송을 포기하거나 기술을 넘기고 만다.
산업계와 과학기술계는 줄기차게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있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에서 변리사의 공동대리라도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를 내용으로 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법사위에 올라와 있다. 제발 직역 다툼으로 물타기를 하지 말고 주요 선진국처럼 법률 소비자인 기업 입장에서 판단하기 바란다. 마침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구호도 친기업 아닌가.
http://kpaanews.or.kr/news/view.html?section=91&category=116&no=5531
전세계적인 추세라서 우리나라도 따라가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