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기업의 경쟁력이자 생존 수단이다. 기술을 지키느냐, 빼앗기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릴 수 있다. 기술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특허의 유효 여부가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특허 무효심결 방향을 사전에 통지하는 ‘무효심결예고제’ 도입에 쏠리고 있다. 다만 의약품에 예외 규정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제약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허가특허연계제도 예외 적용은 형평성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심판부가 최종 무효심결을 내리면 권리자가 대응에 나서게 된다. 심결 취소 소송이나 정정 심판을 진행하는 식이다. 이 과정이 최소 2~3년가량 소요돼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허심판원이 추진 중인 무효심결예고제를 통해 이런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무효 심판 심리가 종결되기 전, 무효심결 예정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알려 청구항을 정정하고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는 절차적 기회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특허권자는 물론 무효 심판 청구인도 추후 불필요한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제도 도입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앞서 2015년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3%가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법적 분쟁을 사전에 조정해 기업의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고, 특허의 법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실제 일본의 경우 무효심결예고제가 도입되고 특허 무효율이 18%로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에 현재 우리나라의 무효 심판 인용률은 40~50% 수준으로,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처럼 제도 도입의 취지와 기대 효과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는 시각차가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다. 특허심판원이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관련 사건은 무효심결예고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약계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특허와 허가 절차를 연계해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다. 의약품 특허를 식약처 특허 목록에 별도로 등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이후 제네릭(generic·복제약) 제약사가 품목 허가를 신청하면 식약처는 이 사실을 해당 의약품의 특허권을 가진 오리지널(original) 제약사에 통보한다. 이를 통해 특허권자가 필요할 경우 판매 금지 신청 등으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제네릭 제약사가 심판을 통해 기존에 등재된 특허를 무효화시키면 9개월간의 독점적 판매 권한인 우선판매품목허가권(우판권)을 부여한다. 시장을 먼저 선점할 수 있는 일종의 ‘보상권’이다. 단, 우판권을 획득하려면 품목 허가 신청 사실이 특허권자(오리지널사)에게 통지된 날로부터 9개월 이내에 무효심결을 받는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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