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두 발명이 다른 날 출원되면 선출원만 특허받을 수 있다.1)
동일한 두 발명이 같은 날 출원되면 출원인들이 협의하여 정한 한 출원만 특허받을 수 있고(두 발명의 출원인이 같은 경우에도 협의통지서가 발송된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그 발명에 대해서는 누구도 특허받을 수 없다.2)
이와 같이 동일한 발명들 중에서는 한 발명만이 특허받을 수 있음에도 아래에서 보는 이유로 같은 날 출원된 동일한 두 발명이 모두 특허받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동일한 두 발명이 모두 특허받으면 두 특허 모두 무효사유에 해당된다.3)
이 글에서는 이 경우 두 특허가 모두 무효되는 것이 적절한지, 어느 한 특허는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동일한 두 발명이 다른 출원번호로 같은 날 출원되어 모두 특허받는 경우가 생각보다는 많은 것 같다.
동일한 두 발명이 다른 출원인에 의해 우연히 같은 날 출원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같은 출원인이 동일한 두 발명을 같은 날 출원하게 되는 경우는 가끔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분할출원과 원출원에 실질적으로 동일한 청구항이 포함되어 있을 때이다. 이러한 경우는 분할출원과 원출원 청구항의 관계가 상하위개념일 때, 물건과 그 물건의 제조방법 또는 사용방법일 때, 수치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이 동일할 때, 주지관용기술을 추가한 점에서만 상이할 때 가끔 발생한다. 분할출원과 원출원의 청구항이 위와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 선출원주의 위배 여부 판단시 이들 청구항들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출원주의 위배 여부 판단시 물건 청구항과 방법 청구항을 동일하다고 본 판례와4) 주지관용기술의 부가에서만 차이가 있고 효과가 다르지 않은 두 청구항을 동일하다고 본 판례5) 등이 있다.
분할출원과 원출원의 동일한 청구항이 모두 특허받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는 심사관으로부터 거절이유를 통지받은 출원인이 특허 가능한 청구항부터 먼저 특허받을 목적으로 원출원에 있는 물건 청구항과 그 물건의 제법 청구항, 상하위개념 청구항 등 위에서 열거한 관계에 있는 청구항들 중 일부를 분할출원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청구항들 사이의 동일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심사관별로 차이가 있다 보니 분할출원과 원출원에 나뉘어 있는 이들 청구항들이 모두 특허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분할출원과 원출원의 동일한 청구항이 모두 특허받는 다른 사례로는 분할출원을 하면서 원출원의 청구범위에서 분할출원에 포함된 청구항과 동일한 청구항을 실수로 삭제 보정하지 않거나, 분할출원을 하면서 실수로 원출원 명세서 전체를 복제해서 붙이거나, 등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동일한 발명을 특허와 실용신안으로 이중출원했는데 심사관의 실수로 모두 특허가 허여되는 경우가 있다. 이 밖에도 분할출원 하면서 원출원에 없다고 생각한 청구항을 신설해서 특허받았으나 추후에 원출원의 청구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두 특허 중 한 특허가 무효되거나 포기되면 나머지 특허는 유지될 수 있을까?
동일한 두 발명이 같은 출원인에 의해 같은 날 출원되어 모두 특허받은 경우 출원인이 동일하면 선출원주의 위배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할 수 없으므로 두 특허 모두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례가6) 있다. 반면에 어느 한 특허가 무효되면 나머지 특허는 존속시켜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7) 있으며, 특허심판원 심결 중에는 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따른 심결이8) 있다.
그런데 특허법 제133조(특허의 무효심판) 제3항은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어서 이 조항을 문언적으로 해석하면 두 특허 중 한 특허가 무효되면 무효된 특허는 특허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일 뿐 특허출원 자체까지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특허가 무효되어도 무효된 특허는 여전히 선출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나머지 특허도 선출원주의 위배로 인한 무효사유가 해소되지 않는다.
한편 위 특허심판원 심결은 “특허법 제36조 제4항(선출원 지위의 상실)을 감안하면 특허권이 무효로 된 경우에는 선출원 지위를 상실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는데 제36조 제4항은 “특허출원이 포기, 무효 또는 취하된 경우에는 선출원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고 되어 있지 “특허권이 무효된 경우”라고 되어 있지는 않아서 한 특허는 유지시키려는 심결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특허권의 무효를 특허출원의 무효와 잘못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는 않다. 대법원도 “특허법 제36조에서의 협의, 무효, 취하 등은 모두 출원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등록으로 권리가 부여된 후의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9)
두 특허 중 한 특허를 포기하는 경우는 어떤가? 특허법 제120조(포기의 효과)는 “특허권을 포기한 때에는 특허권은 그 때부터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특허 중 한 특허를 포기한다고 해도 제120조의 문언해석상 무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포기된 특허의 특허출원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포기에 의해서도 선출원주의 위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대법원도 “한 특허를 포기해서 선출원주의 위배 문제를 해소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포기에는 소급효가 없음에도 포기에 소급효를 인정하는 셈이 되며, 권리자가 포기의 대상과 시기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어 권리관계가 불확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등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포기에 의해서는 선출원주의 위배 문제가 해소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10)
두 특허 중 한 특허에서 중복되는 청구항을 정정심판을 통해 삭제하면 나머지 특허는 유지될 수 있을까?
특허법 제136조(정정심판) 제10항은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그 정정 후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따라 특허출원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정심판에 의해 한 특허에서 다른 특허와 중복되는 청구항을 삭제하면 삭제된 청구항은 그 특허의 출원 당시부터 없었던 것이 되므로 제136조의 문언해석상으로 보면 청구항을 삭제하는 정정에 의해서는 선출원주의 위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두 특허의 청구항들이 전면적으로 동일한 경우 선출원주의 위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특허의 청구항 전체를 삭제하는 정정심판을 청구해야 하는데 정정 후에 청구항이 하나도 남지 않는 정정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의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체 청구항을 삭제하는 정정청구를 인정한 심결이11) 있는 반면 인정하지 않은 심결도12) 있으나 최근에 개정된 특허청 심판편람에 따르면 전체 청구항을 삭제하는 정정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13)
따라서 두 특허의 청구항 전체가 동일한 경우에는 정정심판에 의해서도 선출원주의 위배 문제가 해소될 수 없을 것 같다.
두 특허 중 한 특허는 유지시켜 주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 같다
위에서 본 것처럼 같은 날 출원된 동일한 두 발명이 모두 특허받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출원인에게 있고 특히 두 특허의 청구항이 문언적으로 동일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동일한 발명에 대해 모두 특허를 허여한 심사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두 청구항이 상하위개념의 관계이거나 물건발명과 제법발명으로 카테고리가 다른 경우와 같이 판단자에 따라 두 발명의 실질적 동일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가 있음을 감안하면 두 특허가 모두 무효되는 것은 출원인에게 가혹하다.
또한 상하위개념의 발명이나 물건발명과 그 물건의 제법발명의 경우 하나의 출원에 포함되어 있으면 현재의 실무상 중복 청구항의 문제가 야기되지 않음에도 이들을 별개로 출원으로 했다는 이유로 모두 무효되는 것은 출원인 입장에서는 부당할 수 있고14), 동일한 발명들이 다른 날짜에 출원된 경우 나중에 출원된 것만 무효되는데 비하여 같은 날짜에 출원되었다는 이유로 두 특허가 모두 무효되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아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한 특허가 무효되면 나머지 특허는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는15) 특허법 조문의 문언해석과의 부합 여부를 떠나 그 취지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한 한 특허를 포기하면 나머지 특허는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는 견해들도16) 있는데 포기 역시 특허법 조문의 문언해석과 부합하지 않는 문제는 있으나 이들 견해에도 공감이 간다.
결론적으로 두 특허 중 한 특허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특허법 조문의 문언해석상 정정심판을 통해 두 특허 중 한 특허에서 중복되는 청구항을 삭제하면 될 것 같기는 하나 이 방법보다는 특허법 개정을 통해 두 특허가 모두 무효되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http://kpaanews.or.kr/news/view.html?section=86&category=88&no=5732
퍼올꺼면 문단 조정좀 해서 퍼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