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올해 안에 시작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 변리사의 특허 소송 공동대리 허용을 한국 측에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산업계·벤처업계·과학기술계 모두 찬성하고 있어 한국 정부와 정치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익명의 영국 정부 소식통은 15일 "한영 FTA 재협상과 관련한 사전 의견 수렴 단계에서 다수의 영국 현지 기관·협회가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해 한국에서 소송 대리권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영국 정부가 이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FTA 협상 테이블에 '변리사의 특허 소송 공동대리 허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영국 FTA 협상단은 한국 특허 침해 승소율 등을 비롯해 한국 지식재산권(IP) 보호 실태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이며 이를 토대로 FTA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지 최종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월 공식 발효된 한영 FTA는 발효일 2년 이내에 개선 협상을 개시하도록 돼 있는 협정문에 따라 연내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 국제무역부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영 FTA 개선 협상에 반영하기 위한 안건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고 협상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한국에 변리사 소송 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FTA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안을 검토하게 된 것은 주요 기업들이 특히 중소기업들의 기술 침해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대한민국 내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 측에 한국 변리사 특허 소송 대리의 필요성을 제안한 단체 중 한 곳은 IP기업협회(IP federation)인 것으로 확인됐다. IP기업협회는 1920년 설립된 이후 특허·상표 등을 포함한 지재권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과 견해를 대변하고 있는 조직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BAT, 다이슨, 롤스로이스 등 영국 기업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히타치, 캐논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소속돼 있다.
매슈 히칭 IP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입장에서 (변리사 소송 대리 허용 이후) 체감되는 부분은 비용과 시간에 대한 절감"이라며 "자신의 기술을 잘 알고 있는 변리사가 소송에 참여할 때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이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한영 FTA에서 논의할 만한 IP 분야 이슈를 제안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국의 IP 시스템을 꼼꼼히 살펴봤다"며 "대부분의 시스템이 선진화돼 있었지만, 한국의 특허 소송 승소율이 굉장히 낮고 일반 재판보다 사건을 처리하는 데 기간이 2배 넘게 걸린다는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일반 민사 소송 승소율은 54.8%인 반면 특허 침해 소송 승소율은 7.7%에 그친다. 영국은 특허 침해 소송 승소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경우 특허 침해 소송 중 중소기업 사건 비중도 높은 편이다. 변리사 소송 대리 허용을 포함한 특허 개혁 이후 영국 내에서는 지재권 소송 중 중소기업 사건 비율이 2010년 28%에서 2021년 46%로 크게 늘었다. 변리사 단독 소송 대리가 허용되는 지식재산기업법원(IPEC)에서 이뤄지는 1심 소송에서 걸리는 기간은 약 8~10개월에 불과하다. 1심에서만 20개월 이상 소요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특허 침해 소송이 기업 운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지재권 보호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히칭 회장은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중소·벤처기업 중 89.1%가 특허(48.6%)와 상표(27%) 등 산업재산권 관련 소송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권리 침해로 겪는 고통 중 가장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은 이로 인한 기업의 매출 감소(60.1%)다.
변리사가 특허 소송에 참여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소송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기술적 특성상 특허 소송을 기피하는 변호사가 많아 변호인단 풀이 제한적이었다. 이로 인해 소송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변리사가 소송 공동대리에 나서게 되면 일부 특허 전문가를 갖춘 대형 로펌뿐 아니라 일반 변호사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어 변호인단 풀이 넓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IP기업협회는 이달 출범한 유럽의 특허 공동체인 유럽통합특허법원(UPC) 내에서도 변리사가 소송 대리를 할 수 있게끔 결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초기 준비 작업 당시 유럽 변호사협회가 법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 대리를 반대하자 2011년 IP기업협회가 "영국에서 변리사의 소송 대리를 허용함에 따라 많은 중소기업의 사법 절차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런던 이새봄 기자]
https://www.mk.co.kr/news/it/10760917
오오 대한민국 변리사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가
긍적적인 기사네요 ㅎㅎ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