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유럽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 공동체가 탄생했다. 유럽단일특허제도(UPS)와 통합특허법원(UPC)으로 일컫는 특허공동체다.
단 한번의 특허등록과 소송으로 조약에 서명한 유럽내 25개국에 그 효력이 미치게 된다.
특허제도가 속지주의, 즉 개별국가의 테두리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원칙을 생각하면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나라별로 각기 다른 사정에도 불구하고 25개 국가가 특허와 관련해서는 한몸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유럽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술 패권 시대에 특허가 가장 강력한 무기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특허 강국인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 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신흥 강국들과의 경쟁을 위해선 개별 국가만의 경쟁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위기감이 특허공동체의 모티브가 됐다.
영국은 유럽의 특허공동체를 주도적으로 이끈 국가 중 하나다. 현재는 브렉시트로 특허공동체에선 한발 물러나 있지만 유럽통합특허법원에서 만큼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소송대리인을 등록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등록한 대리인의 대부분은 변호사가 아닌 변리사다.
유럽통합특허법원이 도입한 가장 혁신적인 특허 사법 시스템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영국에서 제안한 변리사의 소송대리다. 이를 위해 HP·노키아·아스트라제네카 등 영국의 37개 기업들은 성명을 내고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요구했고 EU는 이를 수용했다.
얼마 전 매일경제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곧 있을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 허용을 요구할지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한영 FTA 재협상과 관련한 사전 의견 수렴 단계에서 한국에서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영국 기업들이 정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 측도 이를 검토 중이며, 현재 영국 FTA 협상단은 한국 내 특허 침해 승소율 등 지식재산권(IP) 보호 실태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와 기업의 이 같은 요구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방증이다.
한국의 특허 소송 체계가 적어도 국제적인 추세와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데도 유리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근 FTA 협정 논의가 불거진 일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와 사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2002년 지식재산입국을 목표로 공동 소송대리(부기변리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일본의 특허침해소송 기간은 1990년 25개월에서 2020년 14개월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 변리사와 변호사 공동대리로 이뤄진 특허침해소송 비율이 55%로 과반이 넘어섰다.
중 국 역시 일찌감치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인정하며 자국 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세계 무역 대국 중 변리사 소송대리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하나, 우리나라 뿐이다.
영국 정부까지 나서 한국의 변리사 소송대리를 논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한국도 영국처럼 변리사·변호사가 상생하는 방안을 조속히 이뤄내야 한다.
이미 한국 산업계와 벤처업계·과학기술계는 변리사 소송대리 허용을 환영하고 있다. 국회는 법조계의 눈치를 보기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 우리 기업과 국민을 위해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답을 내리길 바란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080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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