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 제136조 정정심판은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이 필요한 경우 심판을 통해 정정인정 여부를 확정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정정심판은 특허발명의 무효사유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다(무효심판에서 정정청구).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제1호(청구범위를 감축하는 경우)는 정정 전보다 청구범위를 줄이는 것으로 청구항 자체 삭제, 선택적 구성요소 중 어느 하나 삭제,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요소를 더욱 한정하는 내적부가 또는 청구항에 기재되지 않는 구성요소를 추가적으로 기재하는 외적부가 등이 있다.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후634 판결은 독립항은 그대로 두고 그 독립항을 기술적으로 한정하고 구체화하는 종속항만을 추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청구범위를 확장·변경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종속항을 추가하는 정정이 과연 실질적으로 청구범위를 확장·변경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후2451 판결은 추가된 청구항이 독립 청구항에 일반식으로 표현된 화합물에 속하는 하위개념 화합물을 기재한 것으로, 대법원은 이러한 정정이 이미 제3자에게 특허공보를 통하여 알려진 청구항에 신규사항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변경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추가된 청구항은 모두 발명의 설명에 기재된 것이므로 신규사항에 해당하지도 않고 하위개념 화합물이기 때문에 청구범위를 확장·변경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의 논리가 너무 궁색하다. 여기서 쟁점은 심사절차 중에 삭제했던 하위개념 화합물 발명을 청구항 추가라는 정정을 통해 다시 확보하려는 시도를 인정할 것인지에 있어야 했다. 당연히 이런 청구항의 추가는 인정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제2호(잘못 기재된 사항을 정정하는 경우)는 ‘실수로 잘못 적은 것’을 정정하는 것으로 오기의 정정이라고 한다.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후2451 판결에서 ‘오기의 정정’이란 ‘명세서 또는 도면 중의 기재내용이 명세서 전체의 기재에 비추어 보아 명백히 잘못 기재된 것을 본래의 올바른 기재로 정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해석하고 있다. 심사기준에 따르면, 오기의 정정은 정정 전의 기재내용과 정정 후의 기재내용이 동일함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서 오기에 해당하는 자구(字句)나 어구(語句)를 정확한 내용으로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후3096 판결은 정정 전 청구항의 ‘부화염구멍부(2a)’는 명세서 및 도면의 전체 기재에 비추어 ‘무화염구멍부(2a)’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무화염구멍부(2a)’로 바로잡은 것은 오기의 정정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후627 판결도 특허발명의 명세서와 도면 전체의 기재, 관련 기술분야의 기술상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정정사항은 명백히 잘못 기재된 ‘X-Y 평면’을 본래의 올바른 기재인 ‘X-Z 평면’으로 고치는 것이므로 잘못된 기재를 정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후2301 판결은 등록고안의 명세서 전체의 기재를 살펴보아도 청구항 중 ‘히터코일(Ra)’이 ‘히터릴레이코일(Ra)’의 명백한 오기로 인정할 만한 아무런 기재를 찾을 수 없어 잘못된 기재를 정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제3호(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는 오류의 정정이라고 하는데 오류란 ‘그릇되어 이치에 어긋남’이란 의미이다. 대법원 1989. 3. 28. 선고 87후63 판결에 의하면 오류의 정정에는 (i) 청구항에 관한 기재 자체가 명료하지 아니한 경우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든가 기재상의 불비를 해소하는 것 및 (ii) 발명의 설명과 청구항이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 이를 통일하여 모순이 없는 것으로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무효사유와 관련해서 2가지 오류가 있는데, 전자(i)는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이고 후자(ii)는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 또는 제47조 제2항이다.
전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발명의 불명확 무효사유가 있어야 된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후2010 판결에서 등록고안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는 불명료한 기재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등록고안의 정정이 불명료한 기재를 석명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특허법원 2017. 11. 24. 선고 2017허4938 판결에서도 청구항이 그것의 문언적인 해석뿐만 아니라 발명의 설명에 비추어 보더라도 불분명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정청구는 분명하지 아니한 기재를 명확하게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후자에 해당하는 판례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때 정정은 청구항에만 기재된 사항을 발명의 설명에 기재하는 것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상황에 대해,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4후2184 판결에서 청구항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사항이 발명의 설명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발명의 설명과 청구항이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제3호 정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청구항은 발명의 설명에 기재된 기술적 사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로 특정한 것이고, 발명의 설명에 기재된 모든 기술적 사상이 반드시 청구항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당연한 것이다.
특허법 제136조 제4항은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정정일지라도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거나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규정한다.
먼저 제2호 및 제3호의 정정이라도 청구범위의 실질적 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후572 판결에서 청구항의 화학식 중 측쇄에 히드록시기(-OH) 또는 알킬에테르기(-O-C1-12 알킬)의 치환기를 갖는 화합물을 알킬에스테르기(-OCO-C5-7 알킬)의 치환기를 갖는 화합물로 정정한 것으로 명세서의 다른 기재에 비추어 볼 때 잘못된 기재를 정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정정 전후의 화합물은 그 구조 및 화학적 성질이 전혀 상이하므로, 정정은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그렇다면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제4항에 위반되는 경우가 있을 것인가? 대법원은 형식적으로 청구범위 감축에 해당하지만(제1호) 부가된 구성요소로 인해 새로운 목적 및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확장·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후543 판결은 청구항에 구성A를 추가하고 발명의 설명에 그 구성A에 의한 효과를 기재한 것으로 모두 신규사항으로 보아 실질적 변경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2후413 판결은 구성A를 추가하였기 때문에 그 구성A를 제공하는 목적이 새롭게 발생했다고 보아 실질적 변경으로 보았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후2010 판결은 구성A를 추가하였고 그 구성A에 의해 ‘전식현상방지’라는 새로운 목적 및 작용효과를 갖게 되었다고 하여 실질적 변경으로 보았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구성요소를 부가하여 청구범위를 감축하는 경우 특허법원은 많은 사건에서 이런 구성요소의 부가로 인해 새로운 목적 및 효과가 발생하여 청구범위가 실질적으로 확장·변경되었고 보아 정정을 불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정정이 청구범위의 감축에 해당되고, 그 목적이나 효과에 어떠한 변경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발명의 설명 및 도면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제3자에게 예기치 못한 손해를 끼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청구범위의 실질적인 변경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만 하면서 구체적인 판단 없이 파기하고 있다.
대법원은 목적 및 효과가 새로운 것인지 아니면 명세서 등에 기재된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무런 판시도 하지 않았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새로운 목적 및 효과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도 없고 그에 대한 해답도 없다. 일본 법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대법원의 한계이다.
필자의 생각에 그것은 제5항(소위 독립특허요건)과 관련해서 진보성의 무효사유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진보성 판단방법인 과제-해결 접근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심사과정에서 출원인이 명세서 등에 기재되지 않은(및 도출되지 않은) 목적이나 효과를 주장만 하는 경우 심사관은 이를 무시할 것이고, 만약 명세서 등에 이런 목적이나 효과를 기재한 경우 신규사항으로 거절이유를 통지할 것이다. 정정심판에서 특허권자가 전자와 같이 할 경우 심판관은 이를 무시하면 될 것이고 후자와 같이 할 경우 제3항을 적용하여 정정을 불인정하면 될 것이다. 결국 새로운 목적이나 효과가 발생했다고 하여 확장·변경으로 취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실 청구항은 동일한데 명세서 등에 없는 목적이나 효과를 추가하였다고 하여 청구범위가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법원은 새로운 목적이나 효과가 후출원인의 등록을 저지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것처럼 판시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첫째 새로운 목적이나 효과를 금지하는 이유는 독립특허요건을 적용할 때 특허권자가 그 새로운 목적이나 효과를 주장하여 진보성 등을 인정받으려 하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다. 둘째 비록 정정의 효과가 출원시로 소급되지만 신규사항은 소급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목적이나 효과가 공개되기 전에 출원한 후출원인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으며 공개 후에 출원한 후출원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공개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목적이나 효과를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경우(또는 정정에 의해서 기재한 경우)에만 고려한다는 것이다. 심판청구인이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고려대상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정심판에서 왜 독립특허요건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정정-무효-정정-무효…처럼 무한루프에 빠질 수 있고 청구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 정정심판을 무효심판의 심결 확정 전에는 청구할 수 없도록 시기를 제한해야할 필요가 있다.
http://kpaanews.or.kr/news/view.html?section=86&category=89&item=&no=5914target="_blank"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