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국가가 정한 핵심기술(국가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면 법원이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일반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했을 때 최대 권고형량이 9년에 그쳤는데 15년으로 늘어나고, 국가핵심기술인 경우 양형기준이 신설돼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26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는 전날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양형기준안은 오는 7월 1월 이후 기소된 사건에 한해 적용된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범죄유형별로 감경·기본·가중 3단계가 제시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동기나 결과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상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특별양형인자(감경·가중요인)를 고려해 형량을 결정한다.
이번 확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지식재산권 범죄의 하나로 분류됐던 기술 침해 범죄가 독립된 범죄 유형이 됐다. 산업기술 국내 침해 범죄의 최대 권고형량이 6년이었는데 9년으로 늘었다. 산업기술을 해외 유출한 경우 최대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정한 기술을 유출하면 최대 징역 18년을 선고할 수 있다. 가중 영역의 권고형량이 5~12년이고, 특별양형인자에 따라 1.5배까지 상향이 가능해졌다.
기술 유출 범죄 특별가중인자에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가 추가됐다. 여기에는 상당한 금액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특허권, 영업비밀, 기술 등을 침해한 경우가 포함됐다. 또 ‘비밀유지에 특별한 의무가 있는 자’의 범위에 ‘피고인이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 등을 비밀로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자인 경우’가 새로 들어갔다.
특별감경인자에는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회수된 경우’가 포함됐다. 이런 상황을 인정받으려면 유출된 정보가 반환·폐기돼 불법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낮은 경우여야 한다는 점도 양형위는 분명히 했다. 양형위가 지난 1월에 공표한 안(案)에 따른 감경 사유에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추가됐다. 양형위는 ▲다수 범죄군이 미필적 고의를 특별 감경 인자로 참작하는 점 ▲지식재산 범죄의 침해 판단이 어려운 특성 ▲범죄가 비교적 경미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범이란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는 사례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집행유예 참작 사유에서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제외했다.
양형위는 죄질이 나쁜 스토킹 범죄에 함부로 벌금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일반 스토킹 범죄는 최대 3년까지, 흉기를 갖고 있으면 최대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흉기 휴대 스토킹에서 가중 인자가 많으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 일반 스토킹 범죄와 잠정조치 위반죄도 가중 인자가 많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마약범죄의 양형기준도 상향됐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마약류를 판매하거나 가액이 10억원을 넘는 마약을 유통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번에 수정된 기준안에서는 ‘인적 신뢰관계 이용’을 일반 가중 인자로 추가했다. 미성년자에게 인적 관계를 이용해 매매나 수수를 할 경우 형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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