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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공부] 특허침해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부산지법 2023가합42160 판결을 보고

I. 서론
 
 올 2월 20일, 특허법 제128조 8항이 다시 개정되어 고의적 특허침해에 대해 5배까지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부정갱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법 제14조의2 역시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2019년 1월에 처음 제정된 특허침해 손해배상 3배증액 한도를 5배로 늘린 것이다. 개정 규정은 올 8월 21일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3배배상 제도가 시행 된지 이제 5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로서 손해배상 증액 법리가 형성되기는커녕 관련 판결도 알려진 것이 1건에 불과한 때에 3배 배상이 과연 부족한 것인지 검토해 볼 틈도 없이 법률을 또 개정한 것은 졸속 입법이다.

II. 부산지법 2023가합42160 사건의 경과 및 판결의 내용
 
 원고는 진공냄비 뚜껑의 밀폐력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실리콘 고무 패킹이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구비한 조리용기의 뚜껑에 관한 특허권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는 2015년 11월 말부터 약 7년간에 걸쳐 41만개 가량의 침해품을 판매하였다. 본 사건의 피고는 2019년 6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패소하고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 판결을 받아 패소가 확정되었고,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역시 심판원 및 특허법원에서 패소하였다.
 
 특허무효와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에서 승소한 원고는 부산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여 작년 10월 판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승소판결을 받아 내었다. 현재 특허법원에 항소심이 계류중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을 2단계로 나누어, 먼저 2015. 11. 말부터 2022. 10. 말에 걸치는 전체 침해기간에 걸쳐 피고의 이익을 권리자의 손해로 추정하는 특허법 128조 4항을 적용하였다. 피고 회사의 총매출액 501억 8000만원에 국세청이 고시한 업종별 단순경비율 92.4%를 적용하여 7.6%인 38억원을 소득으로 보고, 여기에 특허발명 기여율 25%를 적용하여 9억 5300만원을 피고의 이익액으로 산정하였다. 왜 발명기여율을 25%로 결정하였는지는 설명이 없다. 법원은 2단계로는 2019. 7. 9. 이후의 침해에 대해서 해당기간의 피고 이익액의 50%인 5300만원을 증액하여, 총 10억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하였다. 특허발명의 기여율 25% 와 증액비율 50%에 대하여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III. 징벌적 손해배상 3배 증액 적용 시점
 
 부산지법은 3배 증액을 위한 개정법의 부칙 제3조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부터 적용한다)에 따라 특허법 128조 8항의 규정을 2019. 7. 9. 이후 판매분에 한하여 적용하였다.
 
 한편 이와 다른 해석이 본지 지식재산뉴스 2024. 4. 20. 자 1066호에 정차호 교수의 글로 소개된 바 있다. 즉 3배 증액에 대하여는 법률 부칙에 ‘최초로’ 위반행위가 발생한 것이라는 제한이 있는데 반하여, 5배 증액을 규정한 2024. 2. 20. 개정법 부칙 제2조(---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발생하는 위반행위부터 적용한다)에 ‘최초로’ 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차이점에 주목하여, 3배 증액 규정이 본 사건처럼 2019년 7. 9. 전에 침해가 시작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형사법에서 범죄행위가 순간에 완료되지 않고 일정기간 계속하여 일어나는 것을 포괄 1죄로 보는 것과 달리, 특허법에서는 침해가 일정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경우 하루 하루 새롭게 침해 행위가 있다고 보는 것이 국내외의 확립된 법리이다. 특허침해에 대한 증액 판결의 역사가 오랜 미국에서 CAFC는 Pacific Furniture v. Preview Furniture, 800 F.2d.1111 (Fed. Cir. 1986) 판결에서 장기간 침해행위가 계속된 사건에서, 고의침해가 인정되기 이전부터 특허침해가 시작되었으므로 전체 기간에 대해 손해배상 증액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침해자의 명시적 주장을 배척하였다.
 
 만일 3배 증액규정 시행일 이전에 시작된 침해에 대하여는 전체 침해에 대해 가중책임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미 침해행위를 하고 있던 침해자 에게 법률로 보호할 만한 신뢰이익이 있다는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특허침해가 불법행위인 것은 손해배상 증액 전후를 막론하고 변함이 없는데, 법 시행 후에 침해를 시작하여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만 침해행위를 한 자에게는 책임을 가중하고, 법 시행 전부터 시작하여 더 오랜 기간, 더 자주 침해한 자에게는 가중 책임을 면탈하여 주는 것이 된다. 이처럼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불법행위자의 신뢰이익을 보호해야 하는지는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3배 배상법 부칙의 ‘최초로’ 라는 문구는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가중을 가져 오는 고의적 침해행위가 형사책임에서처럼 포괄적 행위 단위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제조, 판매, 수입, 양도 등 각각의 행위별로 최초로 행하여진 시점에 따라 적용여부가 결정된다는 법리를 다시 한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즉 특허침해에 따른 책임의 행위별 개별발생 법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처럼 3배 가중에서 밝힌 개별발생 원리를 5배 가중 규정에서 다시 반복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었으므로 5배 배상 규정의 부칙에는 ‘최초로’를 강조하지 않은 문구를 사용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128조 8항의 적용시점에 관하여 부산지법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

 IV. 특허법 128조 8항, 9항의 구체적 적용

 특허법 128조 8항의 징벌적 배상에서는 고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특허침해에서 새로운 쟁점이 된다. 3배 배상에서 고의침해 요건은 적극적으로 원고가 증명 하여야 하므로 128조 개정시에 특허침해에서의 가중책임 요건인 ‘고의’를 형사책임의 고의와 같이 볼 것인가, 만일 다르게 본다면 어떤 수준으로 판단할 것이며, 고의적 침해 판단을 돕는 외형상의 징표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등에 관해 여러 의견들이 발표되었다. 이처럼 중요한 침해의 고의성 여부에 대하여, 부산지법의 판결문에는 원고가 피고에게 침해금지 통고문을 보낸 사실, 소비자보호원에 조정을 신청한 사실 등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나서,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128조 8항을 적용하였다. 그러한 사실로 고의침해를 인정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으로 읽히기는 하나, 이러한 쟁점을 다룬 첫 판결이라면 좀더 명시적인 판단 이유를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128조 9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조문에서 규정된 고려 요소들을 언급하고 사건의 구체적 사실 몇 가지를 나열하고 있을 뿐, 128조 9항의 어느 요소가 어떠한 사실에 기초하여 인정되어 50% 증액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없이 결론만 나타나 있다.
 
 특히 부산지법의 판결을 지적한 것은 아니지만, 본지 1066호에서 정차호 교수는 법원이 증액배수를 결정하는 이유를 판결문에 기재하여야 한다는 지적을 하였는데 필자도 이와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5배 배상을 규정한 개정법을 설명하면서 증액배수의 시작점을 3으로 삼은 후 양측의 주장에 특별한 내용이 없거나 양측의 주장이 비등한 정도이면 증액배수를 3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하여는 수긍하기 어렵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판단의 영역과 형평법적 고려를 구분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손해배상 증액이라는 발상 자체가 영미의 형평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두 가지를 비교함에 있어서 같은 점과 차이점을 판단함에 있어 그 뿌리를 고려하는 것이 올바른 이해에 도움이 된다. 형사소송에서 형량을 정하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특허침해에서 기여도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확정(finding of fact)의 문제이어서 배심이 판단할 문제(미국특허법 284조 제2단락 첫 귀절의 반대해석)인데 반하여, 손해배상액 증액은 판사의 재량(같은 조문의 두 번째 문장)이다. 특허침해의 기여도는 이미 발생된 권리자의 손해액 또는 침해자의 이익액을 100%로 놓고 그 중 얼마가 침해된 특허발명의 기여 부분인지를 확정하는 것이다. 상당인과론의 상당한 정도 또는 영미법에서 말하는 proximate damages 를 결정하는 일에 비유 할 수 있다. 사실 확정의 영역인 증액배수의 결정과 법원의 재량으로 판단하는 형평법적 고려인 손해배상의 증액배수 결정에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절차적 관점에서 보아도, 영미법에서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의 침해 기여율 결정의 파기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은 ‘명백한 오류’ clear error 인데 반하여, 증액배수는 하급 법원의 ‘재량의 남용’ abuse of discretion 기준으로 심사한다.

 V. 맺는 말
 
 우리 법원이 특허발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판결을 내려 발명자의 기여 평가에 소흘하지 않아 특허침해자는 반드시 책임을 진다는 인식이 퍼져서 5배 배상이라는 기괴한 법이 필요하지 않은 날이 하루 바삐 찾아 오기를 바란다. 3배 배상의 가능성 만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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