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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공부]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의견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주심 이상훈 대법관)은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 확정 전이라 하더라도 진보성이 부정되어 특허가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한 경우,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특허권침해소송 담당 법원은 권리남용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일본 대법원도 2000년4월11일 킬비판결에서 동일한 판결을 했다. 킬비판결의 경우 무효사유는 부적법한 분할출원에 따라 원출원에 대해 선출원 위반에 관한 것이었고 이미 무효심판에 의해 무효심결이 있어서 당시 심결취소송이 진행 중이었으며 정정심판도 청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다95390 사건은 무효사유가 복수의 선행기술을 결합하는 진보성에 관한 것이었고 무효심판은 없었지만 정정심판은 있었다.

 

 일본은 2005년 시행된 특허법 제104조의3제1항에 특허권의 침해소송에서 특허가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가 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특허권자는 상대방에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 침해소송에서 무효항변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어 킬비판결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전혀 다른 킬비판결의 핵심 논리를 그대로 채용한 우리 대법원 판결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1. 권리남용 이론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일본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법원은 권리남용 이론을 적용했지만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권리남용 이론은 민법 제2조제2항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에 근거한다. 대법원 1962. 3. 8. 선고 4294민상934 판결은 아마도 권리남용 이론을 적용한 최초의 사건으로, “권리남용이 되려면 ⑴주체적으로는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자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는데 그칠 뿐이요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러한 이익이 없는 경우라야 될 것이며 아울러 ⑵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라는 판단기준을 제시했고 이러한 판단기준은 지금도 유효하다.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는 특허는 반대로 무효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물이 반이나 있다고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일본 대법원은 명백성 요건을 중요하게 고려했고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히 그럴 만 했다. 그러나 2010다95390 사건은 명백성 요건에 들어맞지 않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대법원은 민법의 권리남용 이론의 적용 요건을 배제하면서 그야 말로 권리남용 이론을 남용했다.

 

 원심은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했는데 특허권자는 대법원에 상고하여 원심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권자의 침해금지 청구 등의 행위가 ⑴침해 혐의자에게 고통을 주며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⑵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인가?

 

 대법원은 민법의 권리남용 이론을 적용하기 전에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요건을 고려하지 않았다. 행사되는 권리는 유효한 권리여야 하며, 그 권리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없어야 한다. 프랑스에서 권리남용 이론이 발전하게 된 시초는 토지 소유권에 대한 권리행사였다. 이때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으로 하자가 없는 권리이며 어떤 수단에 의해서도 그 권리를 무효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토지 소유권자의 권리행사의 권리남용을 판단했다.

 

 대법원 2010다95390 판결은 어느 것도 만족하지 않는다. 특허권은 무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무효인 것이 아니며, 특히 침해 혐의자는 특허를 무효로 만들 절대적인 수단인 무효심판을 청구할 법적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 법적으로 주어진 권리도 행사하지 않는 사람에게 법원은 편법을 적용하여 소송에서 우월한 지위를 갖도록 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인가?

 

2. 대법원은 헌법은 아예 보지 못했고 특허법도 전체를 보지 못했다.

 대법원은 특허법 제1조를 들어 권리남용 이론을 적용했다. 그러나 특허법은 일반인을 제외한 이해관계인만이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을 규정함으로써 침해 혐의자에게 공중의 대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의무이고 무효될 특허는 무효심결을 통해 대세적으로 무효시키도록 하는 것이 특허법의 전체적인 취지이다.

 

 헌법 제22조제2항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및 헌법 제23조제1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에 의해서도 대법원의 권리남용 이론은 적용될 수 없다. 발명가의 권리가 법률로써 보호된다는 것은 그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서도 법률에 의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법률이 특허법 제133조에 규정된 특허무효심판이다. 또한 특허권도 재산권이므로 그 재산권의 한계도 법률에 의해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특허법 제133조제3항에 규정된 심결의 소급효이다. 일본 헌법에는 발명가 보호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헌법해석 기관인 일본 대법원은 마음대로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우리 대법원은 헌법해석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 제103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만 재판을 해야 한다.

 

 또한 헌법 제107조제3항 및 행정소송법 제18조에 의해 무효심판은 필요적 전치주의를 취하고 있다. 무효사유는 필수적으로 심판원에서 판단된 후에 법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침해소송에서 무효를 판단하는 것은 심판원에서 먼저 무효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직접 법원에서 무효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되므로 헌법 제107조제3항 및 행정소송법 제18조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3.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108104 판결과 모순된다.

 대법원 2010다108104 판결(주심 양창수 대법관)에서 변리사는 심판원과 심결취소송에서만 대리인이 될 수 있으며, 서울행정법원 2023. 10. 19. 선고 2022구합81636 판결은 변리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 대리인에 대해 고유번호 신청을 거부한 특허심판원의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심판 및 심결취소소송은 변리사(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변리사)의 업무 영역이므로 변리사 자격 없는 변호사는 심판 및 심결취소소송에서 대리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침해소송의 무효판단에서 변호사 자격 없는 변리사는 관여할 수 없지만 변리사 자격 없는 변호사는 그것에 관여할 수 있다. 대리권이 없던 사람은 대리권이 생기고 대리권이 있던 사람은 대리권이 부정된다. 대법원 2010다95390 판결의 의도가 의심될 수 있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은 변리사도 침해소송에서 대리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일본은 변리사도 침해소송에서 대리인이 될 수 있다.

 

4. 행정권과 사법권의 권한분배를 위반한다.

 헌법과 법률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법원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의 논리는 상당히 매혹적이고 그것을 깨트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특허법 체계는 특허권의 부여와 취소는 행정청인 특허청의 권한이고 침해여부는 사법권의 영역으로 분배되고 있다. 혹자들은 침해소송에서 무효여부까지 판단하면 신속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대법원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을 지지한다. 그러나 신속성과 편리성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공직선거법 제222조(선거소송) 및 제223조(당선소송)는 대법원이 사실심과 법률심을 동시에 수행하는 단심제로 결정된다. 헌법재판소 1995. 9. 28. 선고 92헌가11등 결정에 의하면 재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사실심과 법률심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필자의 생각에 합헌적 법률해석의 관점에서, 당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은 대법원도 사실심을 하라고 했으면 되었다. 독일 대법원도 특허취소소송의 경우 사실심을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은 법률심만을 하는 곳이지 사실심은 하위법원에서 해야 한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그래서 특허법원이 창설되었다.

 

 이 결정에 비추어 보면 선거소송에 관한 법률은 모두 위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지금까지 헌법 제107조제1항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이제 대법원은 선거소송에 관한 법률이 명백히 위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하여 스스로 법률을 위헌이라는 전제로 재판을 할 수 있는가? 절대로 그럴 수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는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법률은 무효가 된다. 100% 위헌이 될 것인데 불편하게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헌법에 그렇게 하도록 권한을 분배했기 때문이다. 특허제도도 마찬가지다. 특허의 무효와 침해여부는 각각 특허청과 법원에서 담당하도록 권한을 분배했다.

 

 독일은 침해소송과 무효소송이 별개로 독자적으로 진행된다. 침해소송에서 무효항변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침해소송에서 무효항변이 가능하다. 미국은 특허법 35 U.S.C. 282(b)(2)와 (3)에서 무효항변을 적극적 항변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독일과 유사한데 어떻게 판례적으로 미국처럼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필자가 특허법을 공부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법률심인 대법원이 대한민국 특허법을 해석하지 않고 일본 대법원 판결문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법권의 독립은 외부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된다. 법관 스스로가 우리 헌법과 법률에 맞지 않는 일본 대법원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이라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대법원 판결문과 특허법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본 특허법 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생각해야만 한다. 대법원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이 일본학자들의 정신에 속박되고 그것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우리가 물리적으로 독립되었을지라도 정신적으로 일본으로부터 아직까지도 독립하지 못했음을 느낀다. 대법원이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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