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시행령 제6조제2호에는 ‘선행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선행기술은 특허법 제29조제1항 각호에 기재된 공지, 실시, 간행물, 전기통신회선을 말한다. 그런데 실시, 간행물, 전기통신회선은 청구된 발명과 비교할 수 있는 내용‧주제(subject-matter)을 포함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명확히 알 수 있지만 공지는 그렇게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은 법해석 원칙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요한 하나의 기준이 빠져 있다. 사법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처럼 입법권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헌재 2012. 12. 27. 2011헌바117 결정에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상 법률조항 중 위헌성이 있는 부분에 한정하여 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입법권에 대한 자제와 존중으로서 당연하고 불가피한 결론이므로, 이러한 한정위헌결정을 구하는 한정위헌청구는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했다.
국회는 법을 제정할 때 신중을 기하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기 때문에 법원은 해석을 통해 어떤 법률 조항이 무의미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하나의 법률 안에서 서로 다른 규정들이 중복적이 되도록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와 달리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권의 존중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원은 (구)특허법 제42조제4항제3호를 전혀 관련 없는 다른 조항과 중복적이게 해석하여 무의하게 만들어버렸다.
특허법 제29조는 특허법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 중의 하나이고 제1항 각호는 선행기술과 신규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대법원은 제1항 각호를 해석해 본적이 없고 그저 일본 법원이 적용하고 있는 그대로를 그냥 받아 사용하고 있을 뿐이어서 선행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신규성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어떤 해석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이 특허법을 해석해 본적이 없는 것처럼 법을 해석하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대법원은 ‘선행발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용어의 의미도 정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특허법을 해석하면 그 용어가 얼마나 엉터리 용어인지를 알 수 있다. 일본 법원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일본이 항상 올바른 것은 절대로 아니다. 특허법 제29조제1항 본문의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과 각호의 ‘발명’은 동일한 대상으로 ‘청구된 발명’을 말하는 것이지 인용발명이나 선행발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허법에서 발명이라는 자격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청구항뿐이다. 특허법을 해석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은 일본과 우리나라 대법원을 제외하고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식에 해당한다.
대법원 1983. 2. 8. 선고 81후64 판결은 “‘등록출원 전에 국내에서 공지되었다’라고 함은, 반드시 불특정 다수인에 인식되었을 필요는 없다하더라도 적어도 불특정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져 있을 필요는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법해석도 없다. 실제로는 일본 학자(법원)가 제시한 내용에 불과하다.
상기 사건에서 사실관계는 주한미군부대 내에 설치된 자판기와 거기에 배치된 사용설명서가 증거로 제출되었다. 따라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연실시와 간행물 기재에 관한 것이지 공지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공지에 관한 것으로 보았다는 것은 상기 정의에 의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공지를 모든 선행기술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공지가 무언인지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특허법 제29조는 일본 특허법 제29조와 거의 문언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일본은 (일본)특허법 제29조제1항 각호를 만들 때 미국 특허법 35 U.S.C. 102(a) “the invention was known or used…or described in a printed publication…”을 모델로 했다. 따라서 먼저 미국에서 known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미국법원도 초창기에는 known의 정확한 의미를 해석하지 못했고 used와 described의 개념과 중복되는 것으로 적용했다. 대표적으로 In re Schlittler, 234 F.2d 882(C.C.P.A. 1956)이 있다. 이 사건에서 특허출원일은 1948년 5월 21일이었고 미국화학회 저널의 논문의 공개일은 1948년 9월이었다. 그런데 논문의 끝부분에 “Received April 30, 1948”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특허청 심사관은 상기 논문은 35 U.S.C. 102(a)의 의미에서 간행물은 아니지만 청구된 발명이 간행물에 게재되어 있기 때문에 출원일 전에 발명은 제3자에게 알려졌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문언상 known의 대상은 knowledge이며 publicly known이어야 하기 때문에 특허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은 known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는 실시화에 의해 완성된 발명의 지식이라고 했다. 이것은 물건을 직접 만들어서 동작이 확인된 것 또는 특허출원을 통해 실시가능성이 확인된 것만이 선행지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용은 used 및 described와 중복되는 것이었다.
In re Borst, 345 F.2d 851(C.C.P.A. 1965)은 이런 점에서 In re Schlittler을 폐기하면서 나왔다. 특허청 심사관이 사용한 참고문헌은 원자력위원회 문서로, 1947년 2월 14일에 작성되어 비밀로 유지되다 1957년 3월 9일에 비밀이 해제되었다. 특허출원은 1957년 4월 24일에 제출되었다. 심사관은 상기 문헌을 간행물이 아닌 선행지식에 근거하여 출원을 거절했다. 법원은 심사관을 지지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법원은 특허청 심사관이 문헌을 간행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할 때 관련 날짜에서 간행물이 아니었다고 했으며 문헌의 비밀해제 시에 그 문헌의 공중 이용성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심사관을 지지한 것은 원자력법 제155조에 의한 것이다. 상기 법에 의하면 특허출원시 비밀상태에 있던 지식도 선행기술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원자력법의 특허조항이 다루는 주제와 관련하여 35 U.S.C. 102(a) 하에서 선행지식은 공중이 접근할 수 있어야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참고문헌은 선행지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일본 학자들이 이 판결을 오해한 것처럼 보인다. 일본 학자의 관점에서 비밀이 해제되었던 시점이 출원일보다 앞서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알려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공중 이용성 여부에 논란이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였다고 해서 공지된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colochem, Inc. v. S. Calif. Edison Co., 227 F.3d 1361(Fed. Cir. 2000)에서 법원은 학회에서 구두 발표는 35 U.S.C. 102(a) 하에서 선행지식에 해당한다고 했다. 2013년 3월 16일 발효되는 AIA 35 U.S.C. 102(a)(1)은 known를 삭제하고 otherwise available to the public을 마지막에 추가하는 개정을 했다. 아마도 known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MPEP에 의하면 과학회의에서 구두 발표는 35 U.S.C. 102(a)(1)에서 ‘otherwise available to the public’에 해당할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다.
유럽 특허법 EPC Art. 54(2)는 선행기술로서 written, oral description, use 및 in any other way에 의해서 공중이 이용할 수 있게 된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정보가 공개될 수 있는 3가지 수단인 문자/말(언어)/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Art. 54(2)와 35 U.S.C. 102(a)을 비교해보면, known이 oral descriptio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유럽 심사기준은 대화나 강의 과정에서 또는 라디오, 텔레비전 또는 음향 복제 장비를 통해 아무런 조건 없이 사실들이 공중의 구성원들에게 알려질 때 구두 설명에 의해서 공중에 이용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심사기준도 "공개적으로 알려진 선행기술"은 강의, 설명회 등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심사기준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공지-하다(公知하다)’는 ‘세상에 널리 알리다’라는 의미이므로, 공지되었다는 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세상은 자연이 아닌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지는 지식(知識)을 의미한다. 지식이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의미하고 그것의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심해바닥에 무언가가 있다고 하여 그것이 알려졌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특허법 제29조제1항제1호의 공지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공중에게 알려진 지식으로 다른 공개 수단과 구별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공중에게 구두로 전달된 지식만을 의미해야 한다. 따라서 공지된 것은 공중에게 인식되었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 1983. 2. 8. 선고 81후64 판결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구두 발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지는 알려질 수 있는 상태에 있기만 하면 되었던 실시, 간행물 그리고 전기통신회선과는 명확히 구별되게 해석될 수 있다.
왜 이런 해석이 중요할까?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후10346 판결에서 대법원은 출원공개 없이 설정등록된 경우 특허등록원부가 생성된 시점에서 그때부터 열람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출원은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으므로 공지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공지에 대한 필자의 해석에 의하면 알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누군가가 보았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 출원은 공지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사실관계는 다르지만 비슷한 사건으로 유럽특허청 T 0834/09 판결이 있다. 독일은 등록결정이 송달되면 해당 출원은 자유롭게 공중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심사관은 해당 출원을 선행기술로 사용했지만 심판원은 선행기술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0후 1689 판결에서 대법원은 도서관에 도서가 반입되어 최초 등록절차를 마쳤지만 서가에 진열되지 않았던 경우 도서는 공지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색인목록은 있지만 서가에 진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허등록원부(색인목록)은 있지만 출원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출원은 공지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법은 해석을 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없고 법원의 자의적인 적용만 있게 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 사법권의 핵심은 사실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해석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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